올해로 제가 미국에 온 지 18년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기 위해 대학 4년 내내 새벽반 영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힘들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으로 준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2004년, Claremont 신학대학원에 입학 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후, 드디어 대학원 첫 수업을 마치고 든 생각은 ‘아...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였습니다. 토플은 그저 대학원 공부를 위한 첫 걸음일 뿐이었고, 본격적인 신학 대학원 공부는 저에게 또 다른 부담과 도전이었습니다. 영어 공부를 좋아했지만, 막상 대학원 수업과 공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주저하고 있을 수 만은 없으니, 미국에 올 때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길을 열어 주실 줄 믿고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한 주에 읽어야 하는 독서량이 어마어마했는데, 읽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하고, 미국 친구를 찾아가 틀린 문법과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교정 받으면서, 쓰는 능력도 익숙해져 갔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수업이 있을 때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했습니다.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 신학적인 문제들을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 만으로도 두려웠습니다. 매 학기 두려운 마음을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며 학업에 임했고, 하나님께서는 제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습니다. 몇 해 전, 미국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급하게 팔목 수술을 받으셔야 했기에, 주일 설교와 예배 전체를 맡게 된 적이 있습니다. 신학대학원 첫 학기가 생각 났습니다. 큰 두려움이었지만 매 시간 열심으로 임했던 그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드디어 주일 예배가 시작되고, 준비한 대로, 경험한 대로 예배를 인도하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예배 후 마지막으로 나가시는 성도님들과 악수를 나누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한 가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목회는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교인분들은 저의 서투른 영어 설교도 은혜로 받아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수고했다고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미국에 오기까지 언어만 열심히 준비했던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관계와 소통으로 목회의 새로운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마음이 전달될 수 있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미국 와서 영어 때문에 민망할 때도, 때로는 부끄러울 때도 많지만, 목회 만큼은 언어를 뛰어 넘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어와 세대를 뛰어 넘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주님이 함께 하시면, 우리가 나누고 베푸는 사랑의 언어가 무엇보다 귀하고, 값지다는 것을 깨닫게 인도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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