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을 읽다 보면 유독 레위기에서 발걸음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2월달 말씀 묵상이 레위기이다 보니, 아마도 성경묵상하다가 속도가 느려지는 분이 계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레위기는 우리에게 좀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까요? 레위기에는 복잡한 제사 규례, 정결 법칙, 음식 규정, 의식적인 규범들이 빼곡히 나와 있어, 성경을 읽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낯설고 고지식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레위기는 건너뛰고 읽자"는 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레위기는 하나님의 거룩함, 예배에 대한 깊은 진리가 담겨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레위기는 약 3,000년 전,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배워야 했던 시기에 기록되었습니다. 그들은 오랜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후, 이제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새롭게 정체성을 형성해야 했습니다. 당시 고대 근동 사회에는 여러 신들을 섬기던 이방 문화가 가득했기에,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그들과 구별되도록 구체적인 규율을 주신 것입니다. 제사 규례와 정결법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거룩함을 유지하며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삶의 지침이었습니다.
거룩함과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깊은 신학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레위기의 핵심은 바로 거룩함(Holiness)입니다. 하나님은 "너희는 거룩하라. 나 주 너희 하나님이 거룩하기 때문이다" (레위기 19:2)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순결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함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삶의 변화입니다. 레위기에 등장하는 정결 규례와 제사법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어떻게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레위기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레위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빛으로 읽어야 합니다. 레위기의 복잡한 규례들은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을 통해서 완성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완전한 제사장이자 희생 제물이 되셔서 더 이상 동물의 제사나 복잡한 정결 의식이 필요 없게 하셨습니다. 히브리서는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레위기의 제사법이 어떻게 성취 되었는지를 잘 설명합니다. 따라서 레위기를 읽을 때, 이 규례들이 어떻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연결되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 또한, 우리는 거룩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레위기는 우리에게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인식하고 거룩함을 추구하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정직, 공의, 자비의 삶을 살아가는 것, 약자를 보호하고 가난한 자를 돌보는 것이 오늘날의 거룩함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정결이나 도덕적 기준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더 깊은 신앙의 길로 초대하는 안내서가 됩니다. 레위기를 읽으며 우리가 단순히 규칙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며 거룩함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거룩한 삶으로 부르시며, 그 길에서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