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강절의 네번째 주일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소망, 평화, 기쁨을 묵상하고, 이제 네번째 주일의 주제인 ‘사랑’의 의미를 함께 나눕니다. 목회자인 저는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 왔습니다. 추운 겨울을 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홈리스들을 위한 사역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틀란타에서 아동부 사역을 할 때에는, 매년 겨울에 노인분들이 계신 시설에 어린이 성가대와 함께 찾아가 아이들의 아름다운 캐롤과 찬양을 나누었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는 난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해주기도 하고, 이웃 교회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모으거나 장학금을 보내준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교회에서 교우분들과 함께 하는 사역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본토에 있었을 때에, 때마다 교회로 헌혈차가 와서 종종 헌혈을 하곤 했었습니다. 하와이에 와서는 여러가지 핑계로 헌혈을 하지 못하다가, 이번 겨울을 그냥 지나가서는 안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을 하고, 지난 금요일 하와이 헌혈센터(Blood Bank of Hawaii, www.bbh.org)를 찾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서 금요일 오전에 찾아간 헌혈센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헌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뒤에 있던 분은 자주 헌혈을 하러 오셨는지 센터의 직원들과 아주 친해 보였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돕고자 하는 목적으로 헌혈을 하러 와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마음 속에 ‘왜 진작에 오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거나, 간단한 검사와 여러가지 질문을 받는 조금은 번거로운 과정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건강상으로 헌혈을 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개인적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제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내 피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나눔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음은 주일에 성도님들에게 사랑을 나누라고 설교하는 저에게도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024년도에도 사건 사고가 참 많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추위에 떨고 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대강절 네번째 주일을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가 작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 안에서 주변 분들을 살피시고, 사랑을 전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사랑은 작은 촛불이 되어서, 어두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히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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