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도추모주일입니다. 우리 보다 먼저 하나님 품으로 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결단하는 날입니다.
영어로는 All Saints Sunday 입니다. 모든 Saint, 즉 성인을 기억하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성도추모주일은 우리로 하여금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 성도추모주일이라고 해서 너무 무겁거나, 슬픔에 잠겨있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이땅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이 나를 삶으로 인도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날입니다.
제가 윌셔 연합감리교회에서 중고등부 사역을 할 때, 같이 동역했던 전도사님이 계십니다. 강쥴리 전도사님입니다. 전도사님이 처음 교회에 오셨을 때, 얼마전 결혼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남편분도 전도사님이셨고, 결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 부부였죠. 어느 날, 담임 목사님께서 전 스탭에게 문병을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셔서, 병원 심방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있던 환자는 바로 쥴리 전도사님의 남편이었습니다. 한창 달콤한 신혼의 꿈을 꾸고 있을 시간인데, 남편이 암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병을 갔을 때에, 남편 분은 배에 물이 많이 차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거칠게 숨을 쉬고 계셨고, 쥴리 전도사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스탭들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순간순간에 쥴리 전도사님은 남편에게 귓속말로 계속해서 목사님의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예배가 끝나고 모두 함께 기도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심방 후에 쥴리 전도사님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후,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쥴리 전도사님의 남편분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에 제가 더욱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쥴리 전도사님은 결혼 전에 이미 남편의 병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병은 전도사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간병을 해야하는 신혼시절을 보내고, 남편을 하나님 곁으로 보낸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내는 모습.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여준 너무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남편을 먼저 보내드렸지만, 후회 없는 짧은 행복과 기쁨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전도사님의 모습을 곁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아픔을 간직하고, 중고등부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 비록 곁에는 없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남편의 삶이 살아나는 모습을 전도사님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삶을 사는데 있어서 얻은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부활하는 것입니다. 나의 지금의 모습은 하나님 품으로 먼저 가신 우리의 가족들, 교회의 형제, 자매들의 신앙이 아름답게 부활하여 우리가 이 자리에 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베다니 성도여러분, 오늘 성도추모주일을 지키며, 우리는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성도들에게 감사하고, 그분들의 신앙을 따라 살기로 결심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이번 한주는 여러분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계신 그 분들을 생각하시며, 은혜와 축복의 한 주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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